솔직히 저는 파라과이라는 나라에 대해 이름만 알고 있었습니다. 우루과이랑 항상 헷갈렸고,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역사상 가장 처참한 피해를 남긴 전쟁 중 하나가 파라과이에서 벌어졌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름도 비슷한 두 나라가 왜 이렇게 다른 길을 걷게 됐는지, 파라과이의 역사를 파고들수록 단순한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부패가 한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한 생생한 사례라는 걸 깨달았습니다.파라과이 3국전쟁 - 파라과이를 바꿔버린 분기점제가 파라과이 역사를 처음 들었을 때 가장 놀랐던 부분이 바로 독립 직후의 모습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남미 국가들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뒤 오랜 혼란을 겪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파라과이는 달랐습니다. 1811년 독립 이후 ..
학창 시절 세계사 시간에 이집트를 배웠을 때, 저는 솔직히 피라미드와 미라 정도만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워낙 방대한 역사라 제대로 파고들기가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피라미드 사진 한 장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저걸 어떻게 만든 거지?' 그 질문 하나가 기원전 3100년부터 로마 속주 시대까지 수천 년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출발점이 됐습니다.고대 이집트 탄생과 전성기기원전 4000년경, 나일강 유역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사하라 사막으로 사방이 막혀 있는데 그 한가운데 거대한 강이 흐른다는 건 당시로서는 거의 기적 같은 조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나일강에는 다른 강에서는 찾기 힘든 특징이 하나 있었습니다. 매년 5월 폭우와 함께 정기적으로 범람한다는 것이었습니다. ..
어릴 때부터 세계지도를 펼칠 때마다 이상하게 눈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캐나다 옆에 붙어 있는데 왜 미국 땅인지, 그리고 그 아래쪽으로 길쭉하게 튀어나온 저 부분은 대체 뭔지. 알래스카 팬핸들(Alaska Panhandle)이라고 불리는 그 지역 말입니다. 여기서 팬핸들이란 프라이팬 손잡이처럼 길게 뻗은 형태의 영토를 가리키는 지리 용어로, 본체에서 좁고 길게 이어진 땅을 묘사할 때 씁니다. 이 독특한 지형이 만들어지기까지 러시아, 영국, 미국, 캐나다가 얽힌 복잡한 역사가 있었습니다.알래스카 팬핸들 - 애매한 조약 - 모피무역이 만든 국경알래스카가 처음 서양에 알려진 건 1741년입니다. 러시아 제국의 의뢰를 받은 덴마크 항해사 비투스 베링(Vitus Bering)이 이끄는 탐험대가 이 땅을 처음..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같은 반도 안에서 국경을 맞대고 있고, 언어도 문화도 비슷해 보입니다. 저도 오랫동안 "그냥 붙어 있는 나라들"이라는 막연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막상 두 나라의 역사를 들여다보니 지금 이 국경선이 얼마나 치열하게 지켜진 것인지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두 나라가 하나로 합쳐지지 않은 데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드라마틱한 이유가 있었습니다.포르투갈 건국 - 포르투갈이 독립 국가가 된 역사적 배경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지금까지 별개의 나라로 존재한다는 사실, 이상하게 느껴졌을 수 있습니다. 저는 솔직히 이 두 나라가 한때는 하나였을 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정반대였습니다. 포르투갈은 스페인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이미 독자적인 왕국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이야기는 1..
미국이 영국에서 독립했다는 건 누구나 압니다. 그런데 막상 "왜, 어떻게?"를 물으면 대부분 말문이 막힙니다. 저도 한때 그랬습니다. 그냥 전쟁 해서 이긴 나라 정도로만 알고 있다가, 독립선언서 원문을 처음 읽었을 때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정치 권력은 국민의 동의에서 나온다는 문장 하나가 그렇게 오래된 글인데도 지금 읽어도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이 글은 미국 독립혁명이 어떻게 시작되어 세계를 어떻게 바꿨는지, 제가 공부하며 느낀 감상을 섞어 정리한 글입니다.미국 독립혁명의 시작 - 보스턴 차 사건과 독립선언서까지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큰 사건에는 반드시 '마지막 지푸라기'가 있습니다. 미국 독립혁명에서 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1773년의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입니다. 여기..
솔직히 저는 브라질 하면 축구 말고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카나리아 유니폼, 펠레, 호나우두 정도가 전부였죠. 그런데 어쩌다 남미에서 유일하게 포르투갈 식민지가 된 나라인지, 어떻게 독립을 이뤄낸 나라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파헤쳐 보니 생각보다 훨씬 극적인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브라질의 건국 역사 - 식민지배15세기 후반, 유럽은 그야말로 영토 쟁탈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습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서로 신대륙 권리를 두고 갈등을 빚자, 1494년 두 나라는 교황의 중재 아래 토르데시야스 조약(Treaty of Tordesillas)을 맺습니다. 여기서 토르데시야스 조약이란 서경 46도 37분을 기준선으로 삼아 그 동쪽은 포르투갈, 서쪽은 스페인이 독점 지배권을 갖기로 합의한 국제 협정..
남미 역사를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한 이름에서 손이 멈췄습니다. 시몬 볼리바르. 무려 6개국을 스페인 식민 지배에서 해방시킨 인물인데, 정작 저는 그 이름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자유를 외쳤지만 인종적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군사 지휘관이었지만 군국주의를 경멸했던 이 역설적인 인물이 왜 지금도 남미 전역에서 '해방자'로 불리는지, 직접 파고들어 봤습니다.크리오요 가문 시몬 볼리바르솔직히 처음에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남미 독립운동 자료를 찾을 때마다 크리오요(Criollo)라는 단어가 반드시 등장합니. 여기서 크리오요란 식민지에서 태어난 스페인계 백인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같은 백인이지만 태어난 땅이 유럽이냐 식민지냐에 따라 신분이 갈리던 구조였습니다.볼리바르는 1783년 스페인령 베네..
멕시코 하면 솔직히 저도 처음엔 타코와 마약 카르텔, 두 가지만 떠올렸습니다. 맛있는 음식이 있는 나라인데 왜 이렇게 무서운 나라가 됐을까, 막연하게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멕시코의 역사를 하나씩 들여다보니 이건 단순히 정치가 못나서가 아니었습니다. 500년에 걸친 정복, 착취, 전쟁, 부패가 층층이 쌓인 결과였습니다.멕시코 역사 아즈텍 제국1519년, 에르난 코르테스가 병사 600명을 이끌고 멕시코 해안에 발을 딛었을 때 그곳엔 이미 거대한 문명이 있었습니다. 아즈텍 제국의 수도 테노치티틀란은 인구 20만 명이 넘는 도시였고, 호수 위에 운하와 다리로 연결된 이 도시는 당시 유럽의 어떤 도시보다도 컸습니다. 스페인 병사들이 처음 이 도시를 봤을 때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됐다고 기록이 남아 있을 ..
솔직히 저는 스위스가 왜 부자 나라인지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알프스, 마테호른, 언젠가 꼭 가서 풀밭에 누워 낮잠이나 자보고 싶다는 막연한 로망만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국토의 75%가 산과 호수로 덮여 있고 경작지가 고작 25%에 불과한 이 나라가, 어떻게 1인당 국민소득 8만 2천 달러의 세계 최상위 부국이 되었는지 들여다보니 그 과정이 너무 치밀하고 놀라워서 글로 정리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스위스 부국의 비밀 - 용병 - 목숨을 담보로 쌓은 신뢰1792년 8월 10일, 프랑스 혁명의 불길이 튈르리 궁을 덮쳤을 때 왕의 근위병 대부분은 군중 앞에서 도망쳤습니다. 그런데 딱 한 부대만 자리를 지켰습니다. 프랑스 시민군이 "길을 열어줄 테니 돌아가라"고 권유했는데도 꿈쩍하지..
세계 지도를 보다가 유독 눈에 걸리는 국경선이 하나 있었습니다. 모로코 아래쪽, 점선으로만 그어진 그 경계가 바로 서사하라였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세상에 점선 국경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그 땅이 지금도 분쟁 중이라는 사실도 그날 처음 알았으니까요. 사막 하나를 두고 이렇게 오랜 시간 싸울 수 있구나 싶었는데, 파고들수록 이건 단순한 영토 다툼이 아니었습니다.서사하라 분쟁의 뿌리 베를린 회담 - 지도 위에서 결정된 운명1884년, 유럽 열강들은 독일 제국의 수도 베를린에 모여 아프리카 대륙을 나눠 갖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른바 베를린 회담(Berlin Conference)입니다. 여기서 베를린 회담이란 아프리카 현지 주민의 동의 없이 유럽 국가들끼리만 모여 대륙 전체의 식민 지배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