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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하면 넓은 땅, 맛있는 소고기, 그리고 무시무시하게 큰 벌레 정도만 떠올렸습니다. 영국 식민지라는 건 알았지만 그 시작이 죄수들의 유배지였다는 사실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피와 땀으로 대륙을 개척한 이야기, 생각보다 훨씬 묵직했습니다.
영국 유배지
18세기 영국은 안팎으로 폭발 직전이었습니다. 산업혁명과 인클로저 운동이 동시에 몰아치면서 농민들이 땅을 잃고 도시로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여기서 인클로저 운동이란, 지주들이 공유지를 사유화하면서 농민들의 생계 기반을 통째로 빼앗아 간 토지 독점 현상을 말합니다. 갈 곳 잃은 사람들이 도시에 쌓이자 빈민가가 생겨났고, 굶주림과 질병이 번졌습니다.
그 혼란 속에서 범죄율은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문제는 당시 영국의 형벌 체계였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5만 원어치 물건을 훔쳐도 사형에 처할 수 있었고, 땔감으로 쓸 나무를 맘대로 베는 행위도 중형 대상이었습니다. 이 가혹한 법 체계는 블러디 코드(Bloody Code), 즉 피의 법률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쉽게 말해 경범죄에도 죽음으로 응답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1689년에 사형 가능한 범죄 항목이 50개였던 것이, 18세기 말에는 무려 220개로 불어났습니다(출처: 영국 의회 공식 기록).
그렇다고 사형을 계속 집행할 수도 없었습니다. 너무 가혹하다는 사회적 비판이 거세졌고, 사형을 줄이자 이번엔 감옥이 터질 지경이 됐습니다. 전쟁으로 재정이 바닥난 영국은 새 감옥을 지을 예산조차 없었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감옥선(Prison Hulks)입니다. 감옥선이란 더 이상 항해할 수 없는 낡은 선박을 개조해 강이나 바다에 띄워놓은 수상 임시 교도소입니다. 19세기 초 영국 해군이 약 40척을 보유했을 정도로 규모가 컸습니다. 제가 이 대목을 접했을 때 배 위에서 생활하는 죄수를 상상해봤는데, 위생이나 식사 환경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지옥에 가까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영국이 택한 마지막 카드는 유배(Transportation)였습니다. 유배란 죄수를 먼 이국땅으로 추방해 형기를 치르게 하는 형벌입니다. 처음 유배지는 북아메리카 영국 식민지였고, 1700년부터 1775년까지 약 5만 2천 명이 그쪽으로 보내졌습니다. 하지만 미국 독립 전쟁(1775년)으로 그 문이 닫히자, 영국은 새로운 목적지가 절실해졌습니다.
- 인클로저 운동으로 농민 대거 도시 유입 → 빈민·범죄 급증
- 블러디 코드: 경범죄에도 사형 가능한 항목 220개까지 팽창
- 감옥 부족 → 감옥선 운영 → 한계 봉착 → 유배형 선택
- 북아메리카 유배 루트, 미국 독립으로 차단
죄수 개척
1787년 5월, 11척의 배에 나눠 탄 약 1,500명이 영국을 출발했습니다. 이 중 약 750명이 죄수였고 나머지는 군인과 간수였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본 건 아니지만, 8개월간의 항해 끝에 낯선 대륙 해안에 발을 디딘 그 심정을 상상해보면 막막함과 두려움이 뒤섞였을 것 같습니다.
1788년 1월 호주 땅에 도착한 이들에게 기다린 건 혹독한 노동이었습니다. 황무지를 일구고 나무를 베며 도로와 다리를 놓아야 했습니다. 당시 소가 귀해서 사람이 직접 쟁기를 끌고 밭을 갈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하루 12시간 이상의 강제 노동이 기본이었고, 좁고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생활해야 했습니다. 초기 식량이라고는 소금에 절인 고기 스튜와 딱딱한 빵이 전부였다고 합니다(출처: 호주 국립박물관).
규율 위반에 대한 처벌은 더 가혹했습니다. 반항하거나 도망치면 족쇄를 채우고 독방에 가뒀으며, 가장 무서운 건 채찍질이었습니다. 당시 죄수의 일기에는 동료가 250대의 채찍을 맞아 등의 피부와 살이 완전히 벗겨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이 대목을 읽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유배 보내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도착 이후에도 이렇게까지 혹독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게 충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의 노동이 쌓여 호주의 기초 인프라가 완성됐습니다. 1788년부터 1868년까지 80년간 총 16만 명의 죄수가 호주로 유배됐고, 이는 같은 기간 영국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 세 명 중 한 명 꼴이었습니다. 죄수들의 피와 땀이 없었다면 오늘날 호주의 도시 기반은 훨씬 늦게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아웃백
호주에 정착 인구가 늘면서 사람들의 시선은 해안을 넘어 내륙으로 향했습니다. 19세기 들어 본격적인 내륙 탐사의 시대가 열렸는데, 그 광활한 내부를 부르는 이름이 바로 아웃백(Outback)입니다. 아웃백이란 '바깥(out)'과 '등 뒤(back)'가 합쳐진 단어로, 사람이 등을 돌리고 쳐다보지 않는 먼 외딴 땅이라는 뜻입니다. 스테이크 레스토랑 이름으로 익숙하지만 사실 그건 호주를 콘셉트로 만든 미국 브랜드고, 진짜 아웃백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호주는 국토의 90% 이상이 사막이나 황무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동부 해안을 따라 남북으로 약 3,500km 뻗어 있는 그레이트 디바이딩 산맥이 대륙을 동서로 갈라놓는 분기점 역할을 합니다. 이 산맥 너머 내륙은 유럽인들에게 사실상 미지의 세계였고, 탐험가들은 나침반과 망원경, 낙타와 말만 의지해 그 황무지에 발을 들였습니다. 탈수와 굶주림으로 목숨을 잃은 탐험가도 적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 아웃백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호주 여행에 대한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냥 자연경관이 예쁜 나라가 아니라, 목숨을 걸고 개척한 땅이라는 역사적 무게가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웃백에서는 주유소가 300~400km마다 하나씩 있고 전화도 잘 터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내륙 타이판(Inland Taipan)처럼 한 번 물면 성인 100명을 죽일 수 있는 독을 내뿜는 뱀도 있고, 물리면 수 분 안에 사망할 수 있는 퍼널웹 스파이더(Funnel-web Spider)도 서식합니다. 호주가 세계에서 치명적인 야생 동물이 가장 많은 나라로 꼽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나중에 호주에 꼭 여행을 가고 싶은데, 이 역사적 배경을 먼저 알게 되니 단순히 풍경 사진을 찍는 것 이상으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착해서 도로 하나를 봐도 그 밑에 죄수들의 노동이 깔려 있다는 걸 생각하면 분명히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물론 아웃백 깊숙이 들어가는 건 철저한 준비 없이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국이 호주에 죄수를 보내기 시작한 게 정확히 언제인가요?
A. 1787년 5월 영국을 출발한 첫 함대가 1788년 1월 호주에 도착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후 1868년까지 약 80년간 유배가 이어졌고, 총 16만 명의 죄수가 호주 땅을 밟았습니다.
Q. 블러디 코드가 뭔가요?
A. 블러디 코드(Bloody Code)는 18세기 영국에서 사형이 가능한 범죄 항목이 220개까지 늘어난 가혹한 형벌 체계를 가리키는 별명입니다. 경범죄에도 사형을 선고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당시 사회 안에서도 '너무 가혹하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Q. 유배 후 형기를 마친 죄수들은 어떻게 됐나요?
A. 형기를 마치거나 모범적인 태도를 보인 죄수에게는 자유민 자격이 주어졌습니다. 영국 당국이 호주 식민지 유지를 위해 토지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정착 장려 정책을 펼친 덕분에, 호주로 유배된 죄수의 약 93%가 결국 현지에 정착했습니다.
Q. 아웃백 여행은 위험한가요?
A. 준비 없이 가는 것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주유소가 300~400km 간격으로 드문드문 있고 통신이 거의 안 터지는 데다, 내륙 타이판이나 퍼널웹 스파이더처럼 치명적인 독을 가진 야생 동물도 서식합니다. 충분한 물, 식량, 위성 통신 장비를 갖추고 경험자와 동행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결론
호주의 역사를 제대로 들여다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소고기 맛있는 나라, 벌레 큰 나라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 땅 아래에 영국 죄수들의 피와 땀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는 사실이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영국의 블러디 코드가 지나치게 가혹했던 건 분명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형 대신 유배를 택한 그 결정이 결과적으로 호주라는 나라의 토대를 닦았다는 점이 역사의 아이러니로 느껴졌습니다. 나중에 호주에 가면 단순히 관광지 사진만 찍는 게 아니라, 이 역사적 맥락을 떠올리며 돌아보고 싶습니다. 특히 시드니나 멜버른의 오래된 석조 건물들을 보면 다른 눈으로 보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꼭 호주산 와규도 먹어봐야겠습니다.
